빛바랜 사진 속 젊은 아버지와 수줍게 웃고 있는 어머니, 그 뒤로 보이는 뾰족 타워. 남산타워는 방송 송출 전파탑으로 1975년 탄생했지만 1980년부터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로 사랑받아왔다. 모처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 또는 지방에서 상경한 친척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남산을 찾았고, 남산타워를 배경 삼아 기념 사진을 찍곤 했다. 그때 그 시절 남산타워는 곧 서울이었고, 서울은 곧 남산타워였다. 시간이 흘러 남산타워는 조금은 촌스런 데이트 코스로 진부해지는 듯했지만 2005년 12월 9일 N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새롭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N서울타워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N'자 로고. 남산(namsan)의 N과 함께 'New''Nature'의 의미를 담았다. 남산이라는 자연의 품에서 시시각각으로 발전하는 서울의 새로운 풍경을 품고 싶었나 보다. 펜스에 걸려 있는 자물쇠는 남산타워의 새로운 명물로 손꼽힌다. 연인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닮아 남산타워 주변의 펜스에 자물쇠를 채우곤 한다.
특히 새롭게 태어난 N서울타워의 하이라이트는 야간 조명 쇼. 매일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타워 전신은 매 정시마다 다른 색으로 빛을 갈아입는다. '서울의 꽃'이란 테마로 꽃이 피는 모습을 빛으로 형상화한 것. 타워 전체를 송신탑, 전망층, 전신, 플라자층 등 네 구간으로 나눠 각기 다른 빛을 연출하는데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빛의 색깔과 패턴도 바뀐다. 타워뿐 아니라 타워 주변 곳곳에서도 화려한 조명을 즐길 수 있다. 루프 테라스에 있는 빛의 샤워에서는 샤워꼭지를 돌려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연출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세상의 아름다운 빛을 모두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N서울타워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복합 문화 공간
N서울타워는 외관만 바뀐 것이 아니다. 내부도 최첨단을 자랑한다. 로비(P0) 공간, 휴식과 전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설 등 기존에 없던 공간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N서울타워의 백미인 전망대는 이용이 훨씬 편해졌다. 플라자 1층(P1)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은 후 입장권의 바코드를 예약기에 인식시키면 전광판이 탑승 시간과 순서를 알려준다. 기다리는 동안엔 로비(P0)로 내려가 영화 예고편과 최신 뮤직비디오도 감상할 수 있으니 대기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 1층(T1)에 올라가면 한국 전통 요리와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한쿡'이 나온다. 외국인과 N서울타워를 방문했다면 '한쿡'에서 한국의 맛을 대접하는 것도 좋을 듯. 전망대 2층(T2) 스카이 카페에서는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으며 서울의 각 명소가 유리창에 표시된 '윈도 가이드'는 또 다른 재미거리다. 디지털 전망대라 부르는 전망대 3층에서는 32대의 LCD 모니터를 통해 서울의 600년 역사와 더불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서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맨 꼭대기(T5) 층에는 회전 레스토랑 'n Grill'이 있다. 과거 회전 레스토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세련된 분위기로, 코스 요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훌륭하다.
이렇듯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보니 N서울타워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한가인과 재희가 주연한 SBS 드라마 <마녀유희>와, 이민호와 구혜선이 주연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데이트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N서울타워는 이제 한두 번 찾고 마는 나들이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언제라도 찾아와 편하게 쉴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
N서울타워를 만나는 법, 남산 케이블카와 남산 오르미
남산 케이블카
N서울타워를 오르는 가장 인기있는 방법은 남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1962년 5월 12일에 첫 운행을 시작한 케이블카는, 40여 년 동안 서울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남산 정상에서 예장동 승강장까지 편도 약 605미터 코스다. 평균 초속 3.2미터로 운행하며 약 3분 정도가 소요된다. 짧은 거리이지만, 지상에서 138미터 떨어진 높이가 안겨주는 짜릿한 스릴이 있다. 중간에서 상행과 하행선이 만나는 순간도 케이블카 즐기기의 묘미다
운행시간 : 오전 10시 ~ 오후 11시 (금요일, 토요일, 공휴일 전날은 상황에 따라 1시간 연장 운행) 요금 및 운행정보 자세히 보기 : www.cablecar.co.kr
남산 오르미
남산 3호 터널 입구의 준공 기념탑에서부터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약 70m의 경사에 설치된 남산 오르미는 서울시에서 2009년 6월말부터 운행을 시작한 야외 경사형 엘리베이터이다. 탑승료는 무료. 한꺼번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탑승할 수 있는 남산 오르미는 사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고 느린 속도로 소음 없이 경사면을 올라가므로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며 힘들이지 않고 남산의 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 남산 3호 터널 입구에서 백범 광장까지를 왕복하며, 남산 오르미에서 내린 후 버스를 타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혹은 걸어서 N서울타워에 도착할 수 있다.
다른 방법
N서울타워에 오르는 길은 남산 케이블카와 남산 오르미 말고도 다양하다.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남산 순환버스를 타고 팔각정까지 오를 수 있다. 명동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만 지불하고 타워에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남산을 같이 찾은 사람과 손을 잡고 남산 공원을 걸어올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 N서울타워를 오르는 가장 로맨틱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