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비밀번호
HOME>뉴스>일반뉴스
 

들풀 예찬

작성일 : 20.10.29 12:15 | 조회 : 1,940
  1. 글쓴이 : 중국관광신…
  2. 나의 삶을 돌이켜보니 시인 백거이 시구가 떠올랐다.

     

    들풀은 들풀을 태워 죽일 수 없다. 봄바람이 불면 되살아난다.

    문화대혁명의 세찬 불길이 나의 앞날을 태워버렸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죄가 돼 수정주의 교육노선의 검은 싹으로 몰렸다. 대학에 가는 길도 사라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마을로 돌아와 보니 혁명의 불길은 더 세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30년대에 반일투쟁에 참가한 아버지께서는 모함으로 역사반혁명 모자를 쓰시고 반란파들한테 뭇매를 맞고 사경에 처해계셨다.

     

    나는 검은 오류분자 자녀로 몰려 마을에서 백여리 떨어진 방목장에 정배를 갔다.

     

    밤에는 쥐 무리 습격을 받고 새벽엔 멧돼지무리 습격을 받고 대낮엔 곰한테 놀라움을 당했다.

     

    석달 후에 더 힘든 돌 캐기 현장으로 쫓겨 갔다.

     

    난생 처음으로 쇠 메질을 했다. 손목과 팔이 퉁퉁 부어도 이를 악물고 메질을 해야만 했다.

     

    그 일이 끝나니 이번엔 탄광으로 쫓겨 갔다. 막장에 내려가 등에 석탄 짐을 지고 네발로 기어 올라와야만 했다. 무릎이 터지고 손바닥은 피투성이였다. 얼굴은 석탄먼지로 흑돼지 보다 더 검었다.

     

    석달 후에는 금 캐기, 큰 목재 메여 나르기, 변방 길 닦기 등 힘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2년 후 아버지께서는 역사반혁명 모자를 벗으셨다.

     

    나에게도 봄바람이 불어왔다. 불에 탄 들풀처럼 나는 지하에서 머리를 뾰족이 내밀었다.

     

    공사중학교 교사, 현 당위 선전부 간사, 현 방송국 편집으로 승승장구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학입시 제도가 회복된 첫해에 연변대학에 입학하였다. 4년 후에는 흑룡강신문사 기자로 됐다.

    난 들풀을 찬미한다. 아니 난 들풀이다. 들풀이 두렵지 않다.

    /최영철 경기도 부천시에서


 
 

  • TV뉴스




다음
이전
중국관광신문제호 : 중국관광신문, 정기간행물등록 : 서울 아03039, 대표 : 오기수, 편집국장 : 문학렬
기사배열 책임자: 전길운
전화 : 070-77117555, 팩스 : 070-8282-6767, E-mail: xinwen77@hanmail.net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1035-1
회사소개 기사배열 기본방침 Copyright ⓒ www.cntournews.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