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큰 정원이 있었습니다.
갖가지 꽃들이 만발하여 서로 이쁨을 자랑하며 정원을 화사하게 장식합니다. 소박하지만 희귀한 설련화,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큰솔나리, 허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사랑스럽게 보라 빛 꽃망울을 터뜨린 도라지, 곱게 활짝 핀 모란꽃, 이렇게 온갖 풀과 꽃들이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원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온 주인은 정원을 쭉 둘러보고는 하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정원에 모란꽃만 두고 다 뽑아버리게!”
“주인님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다 뽑아버리다니요?!”
“어허, 무슨 대꾸질이야! 집에 마님께서 모란꽃만 좋아하시거든. 사흘을 줄테니 정원에 모란꽃 외에 모든 것을 싹 없애치우거라!”
“예, 주인님!”
지나가던 꿀벌이 주인과 하인의 말을 엿들었습니다.
꿀벌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정원에 있는 꽃들과 풀들에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큰 일 났습니다. 새로 온 주인님이 모란꽃만 남겨두고 정원의 모든 꽃을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정원의 모든 식구들에게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평화롭던 정원에 이런 위기는 난생처음입니다.
설련화는 어안이 벙벙하여 어쩔 줄을 모릅니다.
“말도 안되!”
코스모스는 풀이 죽어 머리를 푹 떨구었습니다.
큰솔나리는 볼맨 소리로 “다들 지금까지 화기애애하게 잘 살아왔는데 왜 다 없애버리려 하는 것인가!”
모란꽃도 울상이 되어 말합니다.
“이걸 어쩌면 좋아! 친구들이 없으면 나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살아!”
이때 잠자코 있던 도라지가 말했습니다.
“자, 얘들아 속상해 하지만 말고 우리 같이 방도를 찾아보자꾸나!”
정원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모두 각자 생각에 빠집니다.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 할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설련화가 풀이 죽어 “나의 꽃말은 사랑, 순결, 강인함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옛 주인님이 그렇게 먼 천산산맥에서 나를 여기로 데려왔는데...”
큰솔나리도 “그러게 말이예요, 옛 주인님은 내가 열정의 여신이고 단결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무척이나 좋아했는데요!”
“옛 주인님은 나를 강인한 성품을 가진 행복의 꽃이라고 애지중지 했는데요...” 코스모스도 하소연을 했습니다.
도라지도 상기되어 한탄을 했습니다.
“옛 주인님은 도라지꽃을 영원한 사랑과 기다림의 꽃이라고 참 좋아 했었지! 우리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언제나 억세게 살아왔었지...”
옆에서 잠자코 있던 모란꽃이 입을 열었습니다.
“옛 주인님은 모란은 꽃이 화려하고 위엄과 품위를 갖춘 부귀화라면서 나를 살뜰히도 가꾸었지. 앞으로 나의 친구들이 다 떠나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그러는지! 나는 다 같이 오손 도손 살 때가 더 좋았는데 ...이를 어쩌면 좋아!”
모란꽃은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밤새 머리를 맞대고 방도를 찾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주인이 바뀌지 않은 한 위기를 모면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오손 도손 아기자기 살아가던 정원을 떠나는 것입니다.
지금껏 아무 말 없던 꿀벌이 외치다 싶이 말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화밀을 찾지 못하면 좋은 꿀을 빚을 수가 없어요. 나도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지!”
이튿날 아침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아름답던 정원에 모란꽃만 휑하니 남았습니다.
희망도 열정도 단결도 행복도 사랑도 모두 떠났습니다.
모두가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정원은 더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한택